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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민화 ‘책가도’ 가장 현대적인 그림

부자공간 2022. 6.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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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대적인 그림, 조선시대 민화 ‘책가도’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18세기 후반 정조 재위시에 궁중회화로 유행하여 19세기 이후 민화로 그렸다.  책가도(圖)는 우리말로 ‘책거리(冊巨里)’라고도 한다. 전 세계 가장 독창적인 그림인 책가도의 유행은 1791, 정조가 어좌 뒤에 책가도 병풍을 설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조는 어좌 뒤에 전통적으로 세웠던 일월오봉도를 치우고 그 대신 책을 그린 책가도 병풍을 세웠다. 이것은 조선 건국 때부터 이어져 온 관례를 깨버린, 책벌레 정조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정조가 사랑한 책가도.

책가도

 

전승훈기자 ▶ 프랑스 파리에 있는 기메동양박물관(Musée Guimet)은 1889년에 문을 연 유럽 최대의 동양미술 전문박물관이다. 기메박물관에는 김홍도의 풍속화를 비롯해 화조화, 산수화, 인물화 등 다수의 한국 미술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방대한 조선시대 민화 수집품이 유명하다. 1888년 프랑스 인류학자이자 여행가인 샤를 바라(1842~1893)가 한국에서 수집한 민화들과 2001년에 현대화가 이우환 씨가 기증한 민화들이다.그 중에서 프랑스 관람객들이 가장 눈을 떼지 못하는 작품은 ‘책가도(冊架圖)’ 혹은 ‘책거리(冊巨里)’로 불리는 병풍이다. 책과 문방사우(文房四友) 등 사랑방에 있는 책장 속에 여러 가지 물품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민화 책가도를 접한 첫 인상이 매우 현대적이다.


책장 속 책은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반듯반듯해 디자인 작품처럼 표현돼 있다. 또한 쌓여 있는 책더미가 마치 건물처럼 투시도법으로 표현돼 있는데, 시점이 다양하다. 책장의 칸에 있는 기물들이 왼쪽에서 본 모양, 오른쪽에서 쳐다본 모양, 위에서 본 시점, 아래에서 올려다본 시선으로 변화무쌍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발명품인 원근법이 조선시대 민화에 사용됐는데, 마치 입체파 화가 피카소 작품처럼 왼쪽, 오른쪽, 위 아래에서 내려다본 다양한 시점이 한 폭의 그림에 담겨 있다. 외국 관람객들도 “조선시대 민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현대적인 회화 느낌이 날 수 있느냐”며 연신 “뷰티풀!”을 외치게 만든다.조선시대 민화인 ‘책거리 병풍도’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책거리: 우리 책꽂이, 우리 자신’ 전시회에서도 선보였다.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 전시는 합스부르크 왕가 페르디난트 대공의 방대한 소장품이 있는 ‘빈 세계박물관(Weltmuseum Wien)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단독 디지털아티스트로서 참가한 이돈아 작가의 작품 ’To be, Continued‘(렌티큘러 에디션)는 빈 세계박물관에 영구 소장됐다. 이돈아 작가의 디지털아트 영상작품은 전시회 오프닝 콘서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 작가의 ’책거리‘ 작품은 뉴욕의 마천루 빌딩과 책가도가 오묘하게 중첩돼 있는 모양이다. 전통 민화가 현대 도시의 공간으로 확장돼 재탄생한 독특한 세계다. 이 작품의 제목은 ’시공연속체(時空連續體)-Space Time Continuum‘.책가도와 뉴욕의 빌딩숲을 겹쳐서 그리는 이유는. “책가도 병풍 속의 책더미들과 도시의 빌딩이 처음엔 조형적으로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속에 담긴 의미까지도 닮은 것을 발견하게 됐다. 책가도는 정조가 특별히 사랑했던 그림이었다. 책과 그림을 사랑한 정조는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병풍을 두는 관례를 깨고 책거리 병풍을 펼쳐놓을 정도였다. 정조는 학문에 정진하라는 의미에서 책가도를 사랑했는데, 왕실과 사대부들을 넘어 서민층으로까지 유행하면서 자기가 갖고 싶은 기물을 책가도에 하나씩 채워나갔다. 학문에 대한 열망부터 인생의 행복과 장수까지 상징하는 물건들이었다. 책가도에 민초들의 욕망이 담겼듯이, 빌딩숲도 네모난 한칸 한칸마다 사람들의 강렬한 욕망이 담긴 것이 똑같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욕망이 아니라, 더 발전하고 싶은 삶의 긍정적인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책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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